[인터뷰] 스티브 김, ‘자일랜 신화’ 제2의 LA 프로젝트 시동건다.
THE KOREA TIMES (한국일보) -
2018-10-15 (월) 조환동 기자
▶ 인터뷰 - 스티브 김 샌드 캐년 컨트리클럽 CEO
▶ 한국 10년 생활 청산하고 LA로 ‘복귀’, 샌드 캐년 리조트&스파 건립
IT 사업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스티브 김 회장이 이제 LA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제2의 인생 스토리를 시작했다.
김 회장이 샌드 캐년 리조트&스파 신축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균범 기자>
‘자일랜 신화’의 주인공 스티브 김(한국명 김윤종·68) 회장이 LA로 다시 돌아왔다.
나이 70을 앞두고 이번에는 LA에서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사의 CEO로 변신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93년 설립한 IT 네트워크 장비업체 ‘자일랜’을 불과 6년만인 1999년 프랑스 알카텔에 20억달러에 매각하면서 ‘아시아의 빌 게이츠’란 명성과 함께 당시 아시안 최고의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미주 한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아메리칸 드림’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보여준 사례로 영원히 기억된다.
김 회장은 자일랜의 성공을 직원들의 공으로 돌리며 많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며 당시 수십명의 직원 백만장자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창업주 겸 최대 주주였던 김 회장의 자일랜 매각 당시 주식 보유 가치는 약 1억2,000만달러 규모에 달했다.
이후 그는 UCLA 치대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한국 불우청소년 장학사업, 북한돕기 등 왕성한 기부활동도 했다. 그런 김 회장이 지난 2007년 부인과 세 자녀와 함께 한국으로 ‘역이민’을 떠나면서 또 다시 화제가 되기도 됐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 재단’ 이사장, SYK 글로벌 대표이사, 서강경영대학원 초빙교수 등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이른바 ‘경험과 지식의 환원’에 열정을 바쳤다.
1976년 이민을 와 미국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김 회장은 미국이 여전히 설레는 도전과 꿈의 ‘무대’라며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철저한 몸관리로 40대로 보여 ‘영원한 청년’으로 자부하는 스티브 김 회장을 만나 그의 새로운 미국 삶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 지 10여년 만에 돌아왔다. 2007년 한국행을 결정했던 배경은.
▲뜻밖의 큰 성공을 거둔 덕택에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화려하고 여유로운 삶을 맘껏 즐겼다. 그런데 거기서 오는 행복은 불과 얼마가지 않았고 오히려 무료하고 지루한 생활이 돼 버렸다. 그 때 ‘아, 돈과 성공만으로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사업을 하면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던 때가 오히려 그리웠다. 그렇다고 돈을 더 벌어야 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2000년에 한국에 세웠던 ‘꿈·희망·미래 재단’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리라는 생각으로 이곳 미국 생활을 정리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한국에 도착하자 많은 언론들이 IT 업계의 신화로 금의환향했다며 조명해줬고 ‘꿈 희망 미래’라는 책까지 내게 됐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1년에 150회가 넘는 강연으로 전국 곳곳에 불려 다니게 됐다.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서 아무 계획도 일정도 없이 무료하게 보내다가 그토록 바라던 바쁜 생활이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2시간 내내 내 삶의 과정들을 쏟아놓다 보면 중간 중간 박수가 터져 나오고 강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많은 사람들이 자문을 구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참 신이 났던 시기였다.
-한국에서 특히 청소년을 위한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청소년들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학교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내 눈에 들어 온 아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아무 의욕도 목적도 없이 마치 시체처럼 널브러져서 도대체 반응이 없었다.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지나친 입시위주의 교육에 질질 끌려 다녔기 때문이다. ‘얘들이 이대로 커서 어른이 되면 대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까?’라는 심각한 고민 끝에 ‘꿈희망미래 리더십센터’를 세우고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이틀 동안 수업을 멈추고 캠프에 참여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목표를 세워서 실천하게 하는 ‘셀프 리더십’ 교육인데 불과 이틀 만에 아이들의 변화가 주목되자 전국에서 연간 4만여명이 우리 교육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군부대에서도 꿈희망미래 리더십 센터가 제공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3년 전부터 육군부대 내 인성전담 교관을 양성해서 교육을 전수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위해서 해마다 2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가장 의미 있고 뜻 깊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사실 미국을 떠날 때만 해도 다시 오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의 교육·봉사 사업이 자리가 잡히고 안정이 되다보니까 여유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어떻게 바쁘게 살까?’하는 고민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던 이곳 샌드 캐년 골프장(구 로빈슨랜치)이 예전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최고의 골프장이었는데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서 경영상태가 나빠지는 걸 보고 직접 나서서 제대로 운영해 보자는 동기가 발동했다.
-샌드 캐년 골프장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수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산불이 났고 나무가 타버린 상태에서 폭우가 내리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사태까지 쏟아져서 말 그대로 3대 기상악재를 호되게 치렀다. 게다가 골프장 비즈니스는 처음이었다. 안 해 본 일을 하려니 마음은 급한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수시로 생기곤 해서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주말, 휴일 할 것 없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진했다. 그 결과 이제는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마다 “정말 달라졌다. 황폐했던 곳을 이렇게까지 바꿔놓다니.......대단하다. 고맙습니다”라고 칭찬을 해준다. IT 사업과는 또 다르게 성취감도 크고 보람을 느낀다. 모든 게 다 때가 있다고 본다.
-다음달 아마추어 토너먼트를 주최하는데.
▲그동안 마치 정원 가꾸듯 끊임없이 골프코스를 단장하고 관리를 하다보니까 정말 코스가 좋아졌다. 요즘은 자랑하고 싶을 만큼 최상의 컨디션이 되었기에 한인 골퍼들에게 신선한 도전과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골프장을 널리 알리고자 토너먼트를 준비하게 됐다. 이번을 시작으로 내년 봄 야생화가 만발할 즈음에도 제 2회 대회를 개최하고 매 해 정기적으로 할 예정인데 지인들께서 흔쾌히 협찬하고 도와주시는 덕택에 품격 있고 차별화 된 토너먼트가 되리라 기대한다.
-리조트&스파에 대한 준비는.
▲샌드 캐년 골프장이 애초에는 36홀이었는데 요즘에는 골프인구가 많이 줄어서 27홀만 갖고도 충분하다. 그래서 남은 9홀 부지에 리조트&스파를 조성하려고 한다. 사실 LA에 그럴듯한 리조트가 없지 않느냐. 아이들을 키우면서 주말에 어디 좀 가려해도 갈 곳이 없다. 오하이밸리가 있지만 부킹이 쉽지 않아. 샌드캐년 골프장의 경치는 어디와 비교해 봐도 아름답다. 게다가 LA에서는 교통 흐름이 반대이기 때문에 체증을 피해 다니게 된다. 지금 LA 한인타운에 살면서 매일 출퇴근하는데 4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리조트 & 스파의 규모와 시설은.
▲시작은 오하이 밸리를 벤치마킹 했지만 그보다 훨씬 큰 5성급 가족단위의 리조트가 될 것이다. 70개 빌라와 322개 객실 호텔, 스파, 연회장, 어린이 물놀이 파크, 3홀 미니 골프장, 레스토랑 등이 생기기 때문에 최소한 600개 이상의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이왕 하는 거 LA 최고의 리조트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좋은 곳들을 다니며 자료들도 수집하고 현재 설계와 인허가 절차 중에 있는데 조금이라도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현재 계획으로는 이르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생을 편하게 살 수도 있는데 바쁘게 사는 이유는.
▲바쁘게 사는 걸 꼭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도 돈도 낭비하지 않고 의미 있게 쓰려고 애쓰고 있다. 사람이 목표가 있어야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끼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뭔가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보람된 것이지 결과만 보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무슨 일이든 남에게 맡기고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즉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직접 챙기는 편이다.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스스로 의식 수준을 높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우리 한인 젊은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부지런하고 똑똑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도전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꿈을 잃으면 안 된다. 나 역시 찌질하게 가난하던 70년대 빈털터리로 혈혈단신 미국에 왔다. 목적이 분명한 삶은 행복한 삶이다.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과 포부를 가져야 한다.
■스티브 김 회장 약력
▲1949년 11월 서울 출생
▲경복고,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6년 미국 이민
▲1979년 칼스테이트 LA 정보통신학 석사
▲1984년 파이버먹스 창업
▲1991년 파이버먹스, 5,400만달러 매각
▲1993년 자일랜 창업
▲96년 나스닥 상장
▲1999년 자일랜, 20억달러에 매각
▲2000년 꿈·희망·미래 재단 설립
▲2009년 서강대 명예 경영학박사학위 수여
▲2017년 샌드 캐년 컨트리 클럽 CEO 취임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