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역복무중 그린캠프에 입소했던 사람으로 캠프에서 이틀동안 여정을 함께했던 사람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비전캠프를 통해 제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과정이 들어있어요.
제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을거에요!!! 이런 이야기를 털어 놓는건 조금 쑥쓰러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제가 혹시나 누군지 알 것 같으시면 이니셜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제 신상은 소중하니까요.(진지한 얼굴로 말씀드리는거에요. 정말로!)
어렸을때의 저는 우등생이었어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다른 길에 잠시 빠져 성적도 낮아졌고,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느 순간 말없는 아이가 되어있기도 했지만요. 교우관계도 마음맞는 특정 몇몇의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시켜나가고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일단 그 사람을 판단하고 경계하게 되기도 했죠. 그래요 저 학생때 공부도 잘했다가 놀기도 잘했다가 왕따(뭐 대놓고 당한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은따정도)도 되봤어요. 성인이 되어 일을 할때도 관계보다 업무에 충실했고 업무적으로 인정받으니 관계도 따라오는 생활을 했었죠. 그러다보니 어릴때부터, 혹은 사회에서 알게된 몇몇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져 거의 형제자매처럼 지내게 됬어요. 서로 자주 마주하지 못하는 때(누군가 한명이 일을 그만둘 때 등)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라고는 할지언정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도 될까요? 혹은 앞으로 형(누나)라고 부를게요 라고 말한 적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죠 제가 일했던 곳은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아니어도 선배, 후배로 호칭하거나 직급을 부르는 곳들이었거든요.
흠흠.. 서론이 길어졌네요(에라 모르겠다 ♬) 사실 글을 쓰면서도 그린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려니까 조금 긴장됬거든요.
사실, 그린캠프에 입소했다고 하면 대부분 군생활을 기피하거나 자대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도 꽤 많구요. 저는 신체적인 여건에 문제가 조금 생겨서 의무실에 한달 가까이 입실했다가 회복되는 중에 발생한 어떤 문제(군생활 문제는 아니에요!)로 인해서 그린캠프에 입소하게 된 경우였죠. 사실 그때 저는 안좋은 일들이 굉장히 많이 겹쳤습니다. 제 손이 닿지 않는곳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문제가 연달아 터지곤 했죠. 심적으로도 굉장히 우울해졌었고 무력감과 자괴감마저 들었었어요. 자대에 돌아가면 '열심히 했지만 다쳐서 의무실에 입실했던 초기 엘리트'(자대에 잠시 들렸을때 선임병들이 그렇게 말해주더라구요)에서 그린캠프 다녀온 후임이라는 인식이 박혀 남들 시선도 굉장히 신경쓰일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알게 모르게 패배감도 들었죠. 당시엔 당연히 병장만기전역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꿈희망미래에서 진행했던 이 비전 캠프를 두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표현하곤 하죠? 정말 맞는 말이에요!! 이 캠프가 저를 살렸으니까요. 그때의 저는 안좋은 일들의 연속으로 너무나 불안정했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얘기지만... 스스로를 포기하기 직전까지 몰려있다가 그린캠프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삶의 기로에 서있었으니까요.(지금이라면 누가 묻는다면 용기를 내서 그때의 제 상황을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무슨 운명이었을까요? 갑작스럽게 그린캠프에서 무슨 교육을 한다고 하더군요. 어떤 교육인지, 얼마만큼의 기간동안 진행되는지도 듣지 못하고 얼결에 교육 참여자로 선정이 되서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솔찍히 말하면 그냥 계속 그러했듯 '또 무슨 교육이냐? 시간이나 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랬던 것이 비전캠프가 시작되어 ooo리더로 불린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생각이 바뀌었어요. 오리엔테이션만 들었는데도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이 캠프야!!' 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구요. 참여했던 다른 리더님들도 캠프가 진행되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것 같아요 무성의하던 처음의 태도가 사라지고 강사님들의 열정에 매료되어 어느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두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요.
캠프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됬던 프로그램을 뽑으라면 두 가지를 말 할 수 있을것 같아요.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꾸는 것과 셀프토크형식(그냥 셀프토킹이라 칭할게요 이름이 기억이 안나요 ㅠㅠ)의 프로그램이죠. 두 프로그램 덕분에 저는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얻었어요. '...때문에'라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그래도 그 일들을 겪었던 '덕분에' 무언가를 얻었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셀프토킹때는 마음속의 있는 이야기를 같이 생활하는 그린캠프 리더님들이 의식되어서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어요.
제가 살아온 시간동안 가장 시간적으로는 여유로웠지만 심적으로는 가장 힘이 들던 때, 거의 10년 가까이를 마음으로 웃어본적 없이 치열하게, 쫒기며 허덕이고 있던 제 삶에 비전캠프가 끝난 후, 샘물이 고이기 시작했어요. 인생의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구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였죠. 목표가 정해지고 나니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였을까요? 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내가 나를 놓지 않고 붙잡아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생각하게 됬죠.
먼저, 억지로 시간을 떼우기 위해 하는 그런 독서가 아니라, 그린캠프 교육대에 있던 도서 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은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좋은 글귀, 명언,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필기하면서 인용어록도 만들었어요. 나름 추린다고 추린 것이 그린캠프에 있는동안 공책 두권 분량을 쓰게 되더군요. 그러면서 그린캠프 생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죠. 전에는 내가 갖게 된 어두운 면이 캠프에 소속된 다른 교육생들에게 혹시나 영향을 줄까봐 티내지 않았고, 중대 선임이었던 분대장도 있어서 열심히 했던 거라면, 그때부터는 내가 조금이라도 밝아지기 위해 적극적인 사람이 되기로 했던 거에요.
자대에 갔었을때 입소하기 일주일 전부터 크게 어두워졌던 저를 걱정해주던 소대 선임들에게 "짜식, 많이 밝아졌네." 라고 들었을 정도니 노력이 조금은 빛을 봤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요, 저는 아주 작은 목표 하나를 조금은 달성했던 거에요.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맛본 것이 몇년 전인지도 기억이 안나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목표 하나를 달성했다는 것도 모르고 넘어갔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조금 당황스럽군요. 이런 한심한...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밝아졌어요.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만날때 약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습관이라 고치려고 꾸준히 노력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꼭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전 무언가 할때 적당한 긴장상태를 즐기니까요. 그런 상태가 유지 될 때 가끔.. 아주 가끔 제 역량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곤 하니 밝아지기 위해서는 고쳐야 하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을만한 습관인것 같기도 해서 일과 일상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하고있어요.
사람을 대할때 판단하고 경계하기보다 마음을 열고 다가가보려 노력하고도 있어요. 사회에 있는 지금 일을 하면서 딱딱하기만 했던 예전보다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하면서 편하게 지내려 하고 있다는 말씀! 물론, 아직도 사람을 사귈때 가려사귀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는 변함이 없어요. 늘 그러했듯 나와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사람, 혹은 내가 표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과 교류하고 날 이용하려고하고 영업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거리를 둔다는 것을 전제로요. 그래서 제가 업무 이외에 따로 연락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 깊이 교류하는 사람이나 존경하거나 닮고싶은 분들 뿐이라는게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겠지만요.
그러나 아직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노력... 이젠 그 노력이 어떤 노력일지 알아보려고해요. 그동안은 많이 바빴지만 이제 어제부터 9시출근 6시퇴근 주말 휴무가 보장이 되었으니까 남는 시간에 OA자격증도 준비하던 것을 마무리 짓고 하고싶었던 분야의 공부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말을 이용해서 봉사활동도 해볼 계획이에요. 이왕이면 봉사활동은 저처럼 삶의 끝에 내몰렸던 젊은 친구들을 위한 활동을 찾기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바로 오늘부터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취지에 맞는 활동을 찾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사실 알고보니 조금 실망스러웠던건 학교에서 인정하는 '봉사 시간'을 거래하는 봉사의 실태랄까..? 물론, 봉사 자체에 보람을 느끼는 분들도 많겠지만 어쩔 수 없는 스팩사회의 단면을 본것 같았거든요.
사실 오늘 이렇게 글을 남기러 온 것도 봉사활동을 알아보다가 잠시 쉬던 중 갑작스레 조금 잊혀져가던 기억이 떠올라 더 늦기전에 글을 빌려 강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였어요. 성함 혹은 별명으로(죄송하게도 모든분의 성함을 기억하진 못해요 ㅠㅠ - 별명은 기억난다는게 함정) 기억하고 있는 세 분 강사님들 그 때 제게 운명처럼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명탐정 코난은 안계실거라고 믿을게요.. 명탐정이 계시면 절 추리하고 '그래 별명으로 사람을 기억하는 건방진 범인은 바로 그사람이야!' 하면서 온통 까만색의 실루엣으로 가려져 날카로운 눈만 번뜩이는 제 모습이 등장할거 같거든요. 다만 이것만은 알아주시길.. 강사님들은 제가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다가 만난 폭풍속의 등대같은 분들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훗날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비전캠프에 참여해보거나 명강의를 들어보고 싶네요. 사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을 모집해서 열리는 캠프나 강연이 있다면 연가라도 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후후...
앞으로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